[인터뷰] 컨템플레이티브, 120년 인천 사이다 역사에 새로운 생명 불어넣다

박영복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6 1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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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대표 “지역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오늘의 경험으로, 인천을 마시고 기억하는 관광상품 만들 것”
1905년 국내 첫 사이다 생산 역사 재해석, 관광기념품 개발부터 미국 H마트 6200병 수출까지
▲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인천은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과 산업이 유입되면서 대한민국 근대화의 출발점이 된 도시다. 철도와 항만, 산업시설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러한 역사적 자산이 오늘날 관광객이 직접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사이다다. 1905년 인천 신흥동의 인천탄산수제조소에서 국내 최초로 사이다가 생산됐다는 역사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천의 산업과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야기다.

관광 스타트업 컨템플레이티브는 이처럼 잊혀가던 인천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인 관광상품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사람들이 직접 맛보고 즐기며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컨템플레이티브를 이끄는 정희수 대표는 인천에서 태어나 성장한 뒤 해외에서 10여 년을 보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뉴욕시립 존제이 형사사법대학에서 법정·범죄심리학을 공부하고 영국 허더즈필드대학교와 미국 뉴욕대학교 등에서 학업을 이어온 그는 개인과 지역이 지닌 고유한 가치에 관심을 갖고 창업에 나섰다.

정 대표는 “새로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이미 가지고 있지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 얼음 속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인천에서 시작된 사이다 120년, 잊힌 역사에서 창업의 가능성 발견

컨템플레이티브의 출발점은 '모두의 고유성이 발견되고 선택되는 사회'라는 철학이다. 개인이 자신의 경험과 가치에서 삶의 기준을 발견하듯 지역도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고유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 대표는 이러한 철학을 지역으로 확장한 '로컬 컨템플레이티브'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브랜드가 인천의 사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개발한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란 정 대표에게 사이다는 익숙한 도시의 기억이었다. 특히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라는 구절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배경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05년 인천 신흥동의 인천탄산수제조소에서 시작된 사이다 생산은 이후 1937년 경인합동음료주식회사의 '스타사이다', 1950년 '뉴스타사이다'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975년 관련 기업이 인수되면서 스타사이다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 컨템플레이티브 행사 현장/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정 대표는 이러한 역사를 단순한 과거의 기록으로 남겨두기보다 오늘날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상품으로 되살리고자 했다.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마시고 선물할 수 있는 음료로 만들면 지역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천은 오랫동안 익숙했던 도시이지만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새롭게 발견할 이야기가 많았다”며 “사이다가 국내에서 처음 생산된 곳이 인천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맛보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제품 기획과 상표 출원을 시작한 컨템플레이티브는 시음회와 제품 개발을 거쳐 지난해 5월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를 선보였다. 과거의 상품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인천의 역사적 정체성을 현대적인 음료 브랜드로 재해석한 것이다.

▲ 판매대에 진열된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역사에 이름만 붙인 기념품 아닌, 직접 마시는 로컬 콘텐츠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제품이 탄생한 이유가 지역의 역사에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관광기념품이 지역명이나 관광지 이미지를 상품에 활용하는 방식이라면, 컨템플레이티브는 국내 사이다 생산이 시작된 인천의 역사적 사실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았다.

제품은 제로슈거 탄산음료로 개발했다. 관광객이 지역의 역사를 몰라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음료를 경험한 뒤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인천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지역명이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로컬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왜 인천에서 이 상품이 나와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가 실제로 선택할 만한 품질과 경험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군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확대했다. 기존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는 민트 소다맛과 부드러운 탄산이 특징이며, 올해 7월 선보인 '인천 먼바다 첫 사이다'는 밀크 소다맛과 상대적으로 강한 탄산을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250mL 용량의 제로슈거 음료로, 인천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병 디자인을 활용했다. 현장에서 마시는 음료이면서 여행 이후에도 인천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관광기념품으로 기획했다.

컨템플레이티브는 음료뿐 아니라 브랜드와 캐릭터 콘텐츠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적 이야기를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와 상품 경험으로 연결해 브랜드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관광객에게 역사 공부를 먼저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며 “맛있게 마신 뒤 '이것도 인천에서 시작됐구나'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2025 인천 개항장 국가유산야행의 ‘사이다 구락부’ 부스/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지역 24개 매장 입점, 미국 H마트 6200병 수출 성과

컨템플레이티브는 제품 출시 이후 인천의 관광상권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카페와 호텔, 레스토랑, 관광기념품 판매점 등 24개 매장에 입점했으며, 공공기관과 기업의 기념품 납품도 진행했다.

지역 행사와 팝업을 통한 소비자 접점도 넓혔다. 인천 개항장 국가유산야행과 1883 상상플랫폼 야시장, 제물포웨이브마켓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약 22회의 행사와 팝업을 운영했다.

올해는 무인양품 타임스퀘어점에서 열린 '연결되는 시장 인천상회편'에도 참여하며 인천 밖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소개했다.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 소비자까지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사이다의 역사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반응이 많았다”며 “익숙한 음료에 담긴 인천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제43회 인천광역시 문화상 시상식/사진제공=컨템플레이티브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컨템플레이티브는 올해 6월 희창물산을 통한 간접수출 방식으로 미국 H마트에 사이다 6200병을 공급했다. 뉴욕과 애틀랜타, 휴스턴, 볼티모어 등 미국 주요 도시의 유통망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인천의 역사에서 출발한 로컬 브랜드가 지역 관광상품을 넘어 해외 소비시장에서도 유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회사는 일회성 수출보다 지속적인 거래와 재주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한 성과도 인정받았다. 컨템플레이티브는 지난해 인천광역시 중구청장 표창을 받았으며, 정 대표는 같은 해 제43회 인천광역시 문화상 관광부문을 수상했다.

정 대표는 “로컬이라는 것은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의 경계를 뜻하지 않는다”며 “다른 상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이유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인천의 이야기는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상품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브랜드로, 유통 경쟁력 강화

컨템플레이티브가 추구하는 사업모델은 지역의 역사와 관광상권을 연결하는 데 있다.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이 호텔이나 카페에서 사이다를 마시고, 여행을 마친 뒤 기념품으로 구매하거나 온라인에서 다시 주문하도록 하는 구조다.

지역 상점에는 인천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여행 중 경험한 도시의 기억을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다만 하나의 음료만으로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상품에 담긴 이야기가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관심이 방문과 지역 소비로 연결되도록 관광산업의 여러 주체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지역의 좋은 이야기를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로 만드는 일이었다. 브랜드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과 실제 구매 및 재주문으로 이어지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료는 제조와 포장, 물류, 납품 비용을 관리해야 하며 유통채널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필요하다. 행사 중심의 일시적인 판매를 정기 거래로 전환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가 좋다는 평가만으로 사업이 지속되지는 않는다”며 “제품의 품질과 가격, 물류와 유통구조까지 경쟁력을 갖춰야 지역의 고유성도 시장에서 계속 선택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관광스타트업 육성사업은 이러한 사업 기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재무 컨설팅을 통해 제조·유통 확대에 필요한 손익구조와 자금계획을 검토하고 월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향후에는 초기 제품 개발과 홍보 지원을 넘어 실제 판매와 정기 발주로 이어지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광시설과 유통채널에서 소규모 판매를 시험하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안정적인 거래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가 개최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 및 데모데이’에서 정희수 컨템플레이티브 대표가 기업 비전과 사업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컨템플레이티브는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를 인천을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제품 경쟁력과 포장·물류 체계를 개선하고 관광상권의 호텔과 카페, 기념품숍을 중심으로 정기 납품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관광객의 여행 이후 재구매도 강화한다. 새로운 유통채널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 실제 판매 반응과 수익성을 검증하면서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로컬 컨템플레이티브'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사업 확장 자체보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충분히 발굴하고 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인천에 없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인천이 이미 가진 고유성이 제대로 발견되고 선택되도록 돕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는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를 열고 올해 육성 프로그램과 참여기업의 사업모델, 기업 간 협업 성과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데모데이에서는 투자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7개 기업의 투자유치 발표(IR 피칭)를 평가해 우수기업을 선정했다. 컨템플레이티브도 참여기업으로서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과 유통 확대 성과를 소개했다.

컨템플레이티브의 도전은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단순한 관광 해설이나 전시 콘텐츠로 남겨두지 않고 실제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120년 전 인천에서 시작된 사이다의 역사를 현대적인 음료 브랜드로 재해석해 국내 관광시장과 해외 유통망까지 연결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안정적인 제조·물류 체계 구축과 정기 납품 확대, 해외시장의 지속적인 판매 실적 확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인천의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의 소비문화로 연결하는 컨템플레이티브의 도전이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새로운 관광산업의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성장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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