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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한국기후테크협회 |
정부가 기후테크 기업을 기술 개발부터 투자, 시장 진출까지 한 줄로 이어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최근 철강산업 저탄소 전환과 온실가스 국제감축 프로젝트 투자를 논의하는 자리도 잇따라 열리면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기댈 수 있는 지원과 수요처의 윤곽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소영)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기후테크 혁신 연합 2차 간담회에서 기후테크 혁신기업 육성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7일 내놓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의 후속 세부대책이다.
두 부처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혁신기업 1000곳과 예비유니콘기업 30곳을 발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책은 모든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푸는 공통 핵심과제와 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 5대 분야별 핵심과제의 두 축으로 짜였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을 합친 말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하는 혁신 기술을 뜻한다. 두 부처는 지난 3월 기후테크 혁신 연합을 출범한 뒤 업계, 전문가, 공공기관과 논의를 이어 왔다.
첫 관문은 기술과 실증이다. 정부는 혁신기업과 전·후방 기업을 묶어 공급망 단위로 지원하는 기후테크 전략사업과 고위험·고성과 과제를 맡는 혁신형 기술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기후기술 성과의 가치를 재는 기후가치평가도 도입할 예정이다.
개발한 기술을 시험할 무대도 넓어진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인프라를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과 K-테스트베드를 확대하고, 기후테크 팁스 타운 신규 지정도 검토한다. 녹색융합 클러스터, 에너지 특화도시, 수소 특화 클러스터 같은 지역 거점도 기후테크 기업의 터전으로 키운다.
다음은 자금이다. 창업경진대회, 올해의 K-스타트업, 기후테크 챌린지 등 유망 창업 아이템을 찾는 기회를 늘리고 사업화 지원으로 잇는다.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녹색융자, 기후테크 혁신펀드 등으로 약 6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차세대 유니콘 프로젝트로 성장 정체기에 놓인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 투자도 확보한다.
창업 초기, 성장기, 확대기 등 성장단계에 맞춘 자금 지원도 이어진다. 특히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 5년간 최대 100억 원 규모로 사업화, 수출, R&D, 융자를 한꺼번에 지원하는 묶음 사업을 추진한다. 여러 사업을 따로 찾아 신청해야 했던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시장과 제도다. 신기술 규제로 인한 위험이 큰 기후테크의 특성을 고려해 기후테크 규제특례를 신설하고 규제자유특구를 확대한다. 별도 법안인 기후테크산업육성법 제정도 추진하며, 공공조달을 활용한 국내 판로와 해외 시장 진출 지원도 늘린다.
분야별 과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클린테크는 한국전력공사 등의 공공 실증 인프라를 활용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카본테크는 R&D 공급망 참여를 이끌고 탄소포집 기술제품 인증제 등 제도를 보완해 시장 형성을 돕는다.
에코테크는 순환경제 대규모 R&D와 신기술 규제특례구역 신설이, 푸드테크는 친환경 포장재 기술개발과 지역 특화 연구지원센터·혁신 클러스터 조성이 핵심이다. 지오테크는 데이터 활용 중심 R&D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화 지원을 받는다. 스타트업이라면 자사 기술이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부터 따져 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기대와 주문도 나왔다. 간담회에는 한국기후테크협회 김종규 회장(식스티헤르츠 대표)과 김정빈 부회장(수퍼빈 대표), 박용희 이사(소프트베리 대표), 김혜연 이사(엔씽 대표), 박재필 이사(나라스페이스 대표) 등 5대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참석했다.
김종규 회장은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수십조 원 규모의 민간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형 프로젝트에 중소기업 참여를 늘릴 방안과 법제화가 필요한 과제의 부처 간 협력도 요청했다. 지원 자금만큼 기술을 사 줄 시장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시장의 단서는 탄소를 많이 내는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정책 포럼을 열고 철강산업의 전환 과제와 투자·금융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철강은 국내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9%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업종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의 실증·상용화와 설비 전환에 따른 투자 부담을 설명하고 청정전력·수소 공급기반 확충을 건의했다. 한국철강협회는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와 저탄소 철강제품의 감축성과 인정을 업계 공통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위원회와 기후부는 전환금융과 녹색·전환투자 지원방안을 소개했다.
대형 배출업종의 전환 수요는 수소, 자원순환, 탄소 관리 기술을 가진 기후테크 기업에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이 기술을 키우는 공급 쪽이라면, 산업계의 전환 투자는 그 기술을 사 줄 수요 쪽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대응위는 지난 22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온실가스 국제감축 프로젝트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국제감축사업은 다른 나라와 협력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실적을 활용하는 제도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새로운 사업 기회로 꼽힌다.
이날 8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수송, 산림, 폐기물 분야 10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탄소감축실적 수요기업, 금융기관과 투자 매칭 상담을 했다. 베리워즈의 캄보디아 전기 이동수단 충전 인프라, 칠보산업의 캄보디아 소수력 발전소, 우림앤알의 인도네시아 맹그로브숲 복원 등이 소개됐다.
남은 과제는 계획을 실제 시장으로 바꾸는 속도다. 규제특례와 기후테크산업육성법은 아직 신설·제정을 추진하는 단계이고, 금융지원 역시 구체적인 집행 방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 기업·투자사·공공기관과 협력을 넓혀 기후기술이 사업화와 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이소영 중기부 장관은 “기후테크는 탄소중립 대응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투자, 일자리와 수출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임에도 성장 생태계는 아직 충분치 않다”라며 “유망 기후테크 기업이 시장에 안착하고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사다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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