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디자인 경험 바탕으로 로컬 IP 사업화, 관광기념품 넘어 패션·리빙·아웃도어 시장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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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예림 개항로망 대표가 개항로망의 엽서와 틴케이스를 선보이며 제품의 특징과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
이러한 변화에 도전하는 관광 스타트업이 '개항로망(Gaehang Romance)'이다. 개항로망은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형성된 다양한 문화와 생활양식을 디자인 상품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관광기념품을 넘어 일상에서 사용하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있다.
개항로망을 창업한 지예림 대표는 15년 이상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패키지 디자인 특선, SOKI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 동상, I Love Character 캐릭터 디자인 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6년 인천 관광스타트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지 대표는 “인천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에서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면 되는 도시”라며 “관광객이 여행지에서 발견한 인천의 매력을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개항로망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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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항기 제물포항/사진출처=국사편찬위원회 |
지 대표가 인천 개항장에 주목한 이유는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때문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은 다양한 외래문물과 식문화, 생활양식이 유입되며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당시의 사건과 인물뿐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던 사물과 생활문화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축적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의 상당 부분은 역사 기록이나 관광 안내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오래된 소재에서 새로운 의미와 쓰임을 발견해 상품으로 구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의 역사적 자원을 현대적인 소비문화와 연결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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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개항로망 |
개항로망이 내세우는 브랜드 철학은 '오늘의 개항'이다. 과거의 개항이 새로운 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역사적 사건이었다면, 오늘의 개항은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세계와 취향을 발견하는 태도라는 의미다. 단순히 옛 모습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과거의 이야기를 오늘날 소비자의 감각과 생활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개항을 과거의 장면으로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는 경험으로 확장하고 싶다”며 “오늘을 개항하라는 메시지를 상품과 콘텐츠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기념품 넘어 일상에서 사용하는 로컬 IP로
개항로망의 차별화 전략은 지역의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해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개항기의 사건과 사물, 생활문화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그래픽과 패키지 디자인으로 구현한 뒤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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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항로망 엽서와 틴케이스/사진제공=개항로망 |
기존 관광기념품이 지역을 설명하거나 방문 사실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개항로망은 디자인과 사용성을 앞세워 일상에서도 선택받는 상품을 지향한다. 관광객이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상품을 구매하고, 이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 대표는 “관광객이 상품을 먼저 예쁘고 갖고 싶어서 선택하고, 그 물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시대의 문화와 취향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명하는 관광에서 가져가는 관광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개항로망은 인천 개항장과 원도심을 방문하는 20~30대 개별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단순히 지역명이 표시된 기념품보다 디자인과 소장 가치가 높고 선물하기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다. 개항로망은 관광객이 현장에서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한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다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판매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개항장 내 로컬숍과 카페, 호텔, 관광시설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상권과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관광객의 소비가 한 번의 기념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다양한 사업자로 확산되고, 여행 이후 재구매와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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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가 개최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 및 데모데이’에서 지예림 개항로망 대표가 기업 비전과 사업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
상품 개발에서 시장 검증으로, 판로 확보가 성장의 관건
개항로망은 올해 인천 관광스타트업 선정 이후 사업 아이디어를 실제 브랜드와 상품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6월 사업자등록을 완료하고 상표를 출원했으며, 엽서와 패키지 상품을 시작으로 틴케이스, 스티커, 패션 및 러닝 관련 제품까지 개발했다.현재는 상품 개발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고객 반응과 구매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자체 온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상품별 고객 반응을 분석하는 한편, 개항장 내 판매처와 기업·기관 협업처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항장 관광 프로그램의 완주 기념품과 관련한 기관 납품 문의를 받아 엽서 패키지와 틴케이스 세트, 머그 등 상품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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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항로망 머그컵 및 기념품/사진제공=개항로망 |
지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시장에서 판매하고 지속 가능한 판로로 연결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다”며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다음 상품 개발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재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초기 브랜드가 직면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소량 생산에 따른 높은 원가와 최소 생산수량 확보, 안정적인 판매처 발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호텔이나 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B2B·B2G 시장은 작은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접근해 신뢰를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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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개항로망 |
다만 앞으로는 상품 개발 지원과 함께 실질적인 구매자와 연결하는 판로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텔과 관광시설, 기업, 공공기관 등이 필요로 하는 기념품과 웰컴기프트, 행사상품 등의 수요를 지역 관광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역 관광 스타트업의 상품이 실제 구매와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항로망은 향후 3년간 관광기념품 브랜드에서 로컬 라이프스타일 IP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성장 전략은 자체 상품 개발(MAKE), 협업 확대(COLLABORATE), 로컬 큐레이션(CURATE) 등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에서는 현재 개발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면서 고객 반응과 구매 데이터를 축적하고, 개항장 현장 판매처와 온라인 판매 채널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후 호텔과 로컬 사업자, 기업,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해 각 공간과 고객의 특성에 맞는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맞춤형 협업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상품 제작을 넘어 인천의 우수한 로컬 상품과 콘텐츠를 선별하고 소개하는 큐레이션 사업으로 확장한다. 아카이브 상품뿐 아니라 리빙과 아웃도어, 식음료(F&B) 등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IP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인천의 취향과 문화를 소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지 대표가 지향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단순히 재현하는 관광기념품 브랜드가 아니다. 1883년 개항 이후 축적된 인천의 이야기를 오늘날 사람들이 소장하고 사용하며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그는 “개항로망은 과거를 박제하거나 단순히 기념품을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지 않다”며 “1883년 인천의 이야기를 2026년의 사람들이 갖고, 쓰고, 경험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에게는 인천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시민에게는 자신의 도시를 다시 발견하고 자랑할 이유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개항로망의 도전은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상품으로 전환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지속 가능한 지식재산권과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향후 실제 판매 성과와 유통망 확보, 지역 사업자와의 협업이 얼마나 구체화되는지가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인천 개항장의 오래된 이야기를 현대적인 소비문화와 연결하려는 관광 스타트업 개항로망이 지역관광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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