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바그라운드, AI로 농어촌 관광의 유통 혁신 이끈다

박영복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3 12: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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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대표 “지역의 숨은 관광자원을 세계시장으로, 누구나 쉽게 로컬을 경험하는 플랫폼 만들 것”
관광 플랫폼 ‘노는법’ 회원 10만명·2025년 매출 16억2000만원, 인천 관광 스타트업 미디어데이 최우수상
인천 섬 관광상품 개발부터 AI 기반 글로벌 유통망 구축까지, 지역관광의 산업화와 해외시장 진출 추진
▲ 노는법 여행 참가자들/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지역의 작은 마을과 농어촌이 새로운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고유한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는 로컬관광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관광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곧바로 관광산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농어촌의 숙박과 체험 프로그램은 여전히 전화 예약에 의존하거나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도 판매망과 디지털 운영 역량이 부족해 관광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광 스타트업 바바그라운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어촌 관광 플랫폼 '노는법'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숙박과 음식, 체험을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구성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품 제작부터 예약, 유통까지 연결하는 사업모델이다.

2019년 설립된 바바그라운드는 지난해 매출 16억2000만원을 기록했으며, 회원 10만명과 전국 400여명의 로컬 호스트를 확보했다. 올해는 인천 강화·옹진 지역의 섬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일본 현지 관광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로컬관광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바바그라운드의 관광 플랫폼 ‘노는법’/이미지제공=바바그라운드

특히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열린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사업모델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바바그라운드를 창업한 허정 대표는 정보통신을 전공하고 IT기업에서 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행한 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후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관광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허 대표는 “누구나 아는 유명 도시보다 작은 마을에서 현지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경험하는 여행이 훨씬 새롭고 흥미로웠다”며 “이러한 로컬 경험을 누구나 쉽게 예약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바그라운드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

세계 오지 여행에서 발견한 로컬관광의 가능성

허 대표가 관광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7년 대한항공을 퇴사한 뒤 떠난 장기 배낭여행이었다. 약 10개월 동안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의 오지를 여행하면서 유명 관광지보다 지역 주민의 삶과 문화에 깊이 들어가는 여행의 가치를 발견했다.

특히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에서는 주민이 30명 남짓한 작은 마을에 며칠 동안 머물며 현지인들과 생활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상 자체가 특별한 여행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러한 여행은 누구나 쉽게 경험하기 어려웠다. 현지 숙박과 교통, 체험 정보를 찾기 어렵고 예약 과정에서도 많은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면 새로운 관광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경험이야말로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예약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해 누구나 도전하기 힘들었다. 이를 표준화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면 새로운 관광산업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 노는법 로컬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2019년 설립한 바바그라운드는 이러한 구상을 바탕으로 농어촌 여행 플랫폼 '노는법'을 개발했다. 농가와 어촌, 체험휴양마을 등 지역 관광사업자가 운영하는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숙박과 식사, 체험을 결합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 숙박이나 체험상품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노는법은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하나의 여행 일정으로 구성한다. 관광객은 여러 사업자를 따로 검색하고 예약하지 않아도 한 번의 예약으로 지역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경험할 수 있다.

주요 고객층은 40~50대 여성이다. 바바그라운드는 이들의 취향과 여행 방식을 분석해 지역 음식과 자연, 문화체험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동과 예약의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지역 주민의 환대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다.

▲ 한국어·영어·일본어로 판매되는 노는법 여행 상품 화면/이미지제공=바바그라운드

AI로 상품 제작부터 글로벌 판매까지, 지역관광의 디지털 전환

바바그라운드가 주목하는 문제는 농어촌 관광상품의 유통구조다. 지역에는 매력적인 숙박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이 많지만 온라인 판매를 위한 상세페이지 제작과 번역, 예약·정산 관리 등을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사업자가 적지 않다.

특히 여러 여행 플랫폼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플랫폼마다 별도의 정보를 입력하고 예약 현황을 관리해야 한다. 계절이나 체험 내용이 바뀔 때마다 상품정보를 수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인력과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농가나 마을에는 이러한 업무가 시장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바바그라운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관광상품 제작·유통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 사업자가 기본 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AI가 상품 설명과 상세페이지를 생성하고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다국어 콘텐츠로 전환하는 구조다.

여기에 국내외 온라인 여행사(OTA)와의 연동을 통해 하나의 상품을 여러 판매채널에 유통하고, 예약과 정산, 고객 응대까지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상품 판매를 넘어 지역 관광사업자를 위한 디지털 유통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 노는법 로컬 숙박·식사·체험 프로그램/이미지제공=바바그라운드

허 대표는 “농어촌에는 좋은 관광자원이 많지만 이를 상품으로 만들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해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하면 작은 마을과 농가도 세계 관광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바그라운드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여행상품 정보 생성과 온라인 상품정보 동적 생성 관련 특허 2건을 출원했다. 올해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면서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기반도 확보했다.

실제 지역관광 현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명월마을은 기존에 전화로만 받던 예약을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하고 여행 콘텐츠 제작자와 협업해 관광상품을 알렸다. 그 결과 상품 입점 한 달 만에 9개월치 예약이 매진되고 월매출 800만원을 기록했다.

허 대표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에게 발견되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라며 “지역 사업자가 디지털 기술을 직접 익히지 않아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볼음도 갯벌마차 체험/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인천 섬 관광상품 8개 개발, 지역경제와 체류형 관광 연결

바바그라운드는 올해 인천 관광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강화와 옹진 지역의 섬 관광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인천은 다양한 섬과 어촌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숙박과 체험상품의 온라인 유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사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강화·옹진 지역의 관광자원 23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섬 지역 호스트 7곳과 협력하고 숙박과 식사, 체험을 결합한 관광상품 8개를 개발했다.

상품에는 주문도의 해산물 식사와 볼음도의 갯벌마차, 자월도의 갯벌체험 등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았다. 섬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숙박과 식사, 체험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해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고 지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취지다.
 

지난 7월 말에는 '인천 섬 기획전'을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판매 두 달 만에 175명이 상품을 이용해 거래액 2200만원을 기록했으며, 고객 후기 평점은 5점 만점에 4.9점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올해 인천 섬 관광상품 판매액이 5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바바그라운드의 여행 상품/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허 대표는 “인천은 섬과 어촌의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온라인에서 예약할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하다”며 “마을의 숙박과 음식, 체험을 하나로 묶어 관광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면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바그라운드가 추구하는 관광모델은 단순한 방문객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이 마을에서 숙박하고 지역 음식을 먹으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소비가 지역 주민과 사업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섬과 어촌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반나절이나 1박 일정의 섬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다국어 상세페이지와 해외 결제 서비스를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노는법에서는 외국인이 국내 농어촌 여행상품을 직접 예약한 사례도 나타났다. 싱가포르 여행객이 해외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전북 고창의 농장을 예약하고 발효식품 체험에 참여했으며, 호주 관광객도 순창의 농가를 방문했다.

허 대표는 “여행사나 가이드 없이 외국인이 스스로 한국의 농촌 여행을 예약하고 경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인천의 섬과 어촌도 해외 관광객이 직접 찾아오는 여행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꽃밭을 찾은 노는법 여행 참가자들/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매출 16억원 돌파, 일본 진출로 글로벌 로컬관광 플랫폼 도전

바바그라운드는 농어촌 관광상품의 시장성을 확인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약 1억3000만원이던 매출은 2023년 3억9000만원, 2024년 10억5000만원에 이어 지난해 16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노는법의 전체 회원은 10만명이며, 전국에서 약 400명의 로컬 호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누적 유료 여행객은 3만명, 고객 후기 4419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임팩트스퀘어로부터 2억원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는 관광 분야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특히 인천 청년 해외진출기지 지원사업에서는 참여기업 25곳 가운데 1위에 선정되며 일본 진출을 위한 사업화 지원을 확보했다.
 

▲ 전망대를 찾은 노는법 여행 참가자들/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해외 진출의 첫 번째 목표시장은 일본이다. 바바그라운드는 일본 오키나와의 로컬 관광기획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바라키현과도 현지 관광콘텐츠 발굴과 디지털 유통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바라키현의 초청으로 현지 숙박시설과 체험 거점을 방문해 지역 관광자원을 조사했다. 지역협력대원들이 운영하는 전통가옥 숙소와 농장, 체험시설 등을 노는법 상품으로 구성하고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한국의 농어촌에서 시작한 사업모델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지역관광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현지의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디지털 유통망에 연결해 세계 여행자가 쉽게 경험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은 인천의 섬 관광상품과 지역 호스트를 확대하고,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거치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동시에 일본 현지 관광콘텐츠를 확보해 한국과 아시아의 로컬관광을 세계시장에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노는법 여행 참가자들/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또한 관광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품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여행객이 현지에서 경험한 음식과 특산품을 여행 이후에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 지역 농가와 마을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허 대표는 “지역에는 좋은 콘텐츠가 많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AI와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지역의 관광자원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바바그라운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는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를 열고 올해 육성 프로그램과 참여기업의 사업모델, 기업 간 협업 성과를 공개했다.

▲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가 개최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 및 데모데이’에서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가 기업 비전과 사업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 ‘2026 인천 관광스타트업 육성 데모데이’ 최우수상 시상/사진제공=바바그라운드

이날 오후 데모데이에서는 투자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7개 기업의 투자유치 발표(IR 피칭)를 평가해 우수기업을 선정했으며, 최우수상은 바바그라운드의 허정 대표가 수상했다.

바바그라운드의 성장은 농어촌 관광자원을 발굴하는 데서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상품화와 유통, 해외시장 진출까지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운영 효율화와 지역 주민 중심의 관광상품 개발은 소규모 관광사업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관광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여행 플랫폼과의 안정적인 연동, 현지 관광사업자 확보, 예약과 정산 시스템의 고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여행의 가치를 세계 관광시장으로 확장하려는 바바그라운드의 도전이 인천을 넘어 국내외 로컬관광의 새로운 성장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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