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버려진 것이 상품이 된다…친환경대전 속 새활용 시장

박기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2 07: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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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업 60여 곳이 재생원료·선별설비·새활용 제품 내걸어, 저탄소 인증·공공구매가 판로 열쇠

폐현수막이 우산이 되고, 팔리지 않은 재고 의류가 건축자재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은 버려지던 자원이 어떻게 상품이 되고 사업이 되는지를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무대가 됐다.

친환경대전은 2005년 시작해 올해로 22회를 맞은 국내 최대 환경전시회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최·주관하며, 올해는 234개 기업이 433개 부스 규모로 참여해 23일까지 5개관을 운영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을 주제로 내걸었다.

참가기업 명단을 보면 새활용·재활용·재생원료·생분해 등 자원순환을 내건 기업이 60곳을 넘는다. 이들은 크게 재생원료와 소재, 선별·재자원화 설비, 새활용 생활제품과 건축자재로 나뉜다. 순환경제가 수거와 선별, 원료화, 제품화로 이어지는 하나의 산업 사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전시장에서 드러난다.

먼저 원료 단계다. 테라클은 재생 테레프탈산과 재생 에틸렌글리콜을, 플라시클은 재생 비스페놀A 'LoopBPA'를 선보였다.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쓰는 수준을 넘어 화학 원료 단계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에이비알은 재제조 양극재와 음극재를 내걸어 이차전지 소재까지 순환의 범위를 넓혔다.

수거와 선별 단계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들어왔다. 폴리그린은 투명 페트병을 순환자원으로 만드는 AI 기반 로봇 '리펫토리(RePETory)'를, 위드위는 폐자원을 스스로 가려내는 자율지능형 선별 시스템을 전시했다. 리셋컴퍼니와 원광에스앤티는 앞으로 대량으로 쏟아질 태양광 폐패널을 재활용·재자원화하는 장비와 기술을 소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자원순환관의 대상을 플라스틱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과 해양·산업 폐기물로 넓혔다고 밝혔다. 폐자원의 재활용·재사용과 원료 재자원화 기술을 함께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새활용 제품도 다양해졌다. 할미업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우산과 굿즈를, 에이트린은 업사이클 장우산을 내놨다.

유노는 해양 폐어망으로 만든 선글라스 '왈로'를, 고리는 폐어망과 폐고무를 활용한 가방을, 에이단은 조개껍데기를 재활용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빛여울과 양양새활용은 버려진 유리와 유리병을 액세서리와 화분으로 바꿨다.
 

새활용에 지역과 이야기를 입힌 제품도 있다. 충북 괴산에서 시작한 시니어 업사이클 브랜드 할미업은 '할머니와 업사이클링을'이라는 구호로 폐현수막 제품을 만든다.

우리겨레협동조합의 칠몽은 산림청과 함께 산불 피해목으로 액막이 명태 '수복이'를 기획했고, 로타트는 한복 옷깃을 살린 스카프 '깃듦'을 선보였다. 재료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든 사람과 지역, 전통의 이야기를 함께 파는 방식이다.

건축자재로 쓰임새를 넓힌 기업도 눈에 띈다. 다숲은 폐섬유로 만든 보드와 벤치를, 웝스는 폐섬유와 순환골재를 활용한 건축자재를, 메쉬는 폐지를 재활용한 인테리어 제품을 전시했다. 카보노미와 우시산은 재고 의류를 수거해 분류·파쇄하고 건축자재로 만드는 의류 자원순환 과정을 단계별 실물로 보여 줬다.

대기업 제품에서도 재생원료는 이미 탄소 감축 수단이 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번 전시에서 저탄소제품 전시관을 운영하며,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500ml)'가 페트병 제조에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써서 탄소배출량을 약 17% 줄인 사례를 소개했다. 재현인텍스의 창호용 '백색 프로파일'은 원료물질 대체와 태양광 발전설비 도입으로 약 11%를 줄였다.

새활용 스타트업에게 이번 전시는 판로를 찾는 자리이기도 하다. 저탄소제품은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 중 탄소배출량을 동종 제품보다 낮췄거나 3.3% 이상 줄인 제품으로, 녹색제품 구매촉진법에 따른 녹색제품에 해당한다.

공공기관 녹색구매와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시 기간에는 공공구매 상담회와 해외 수출 상담회, 참가기업 간 사업기회 연결 행사도 함께 열린다.

다만 새활용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원료를 꾸준히 확보하고 품질을 증명하는 일이 함께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수막이나 폐어망처럼 발생량이 들쭉날쭉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모으는 체계, 그리고 인증을 통해 소비자와 공공 구매자에게 품질을 보여 주는 일이 사업 규모를 가를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한국형 녹색 대전환은 우리 산업의 체질을 탄소를 줄이는 녹색산업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성장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올해 친환경대전이 기업에는 녹색전환에 필요한 실질적인 해법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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