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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메트로폴리스 로보틱스 |
로봇이 연구실과 전시장을 벗어나 산불 현장과 고속도로 공사장, 건설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규제특례와 지원사업, 구매상담회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드론·로봇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받을 수 있는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기술을 갖추고도 첫 납품처를 찾지 못하는 로봇 스타트업에게 현장 실증은 첫 레퍼런스와 공공 수요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통로다. 이번 주 국내외에서 나온 소식들은 로봇 사업화의 출발점이 어디로 옮겨 가고 있는지 보여 준다.
국토교통부(장관 홍지선)는 지난 20일 제9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열고 모빌리티 신기술·서비스 실증 신청 13건에 대한 규제특례를 심의·의결했다. 규제특례, 이른바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법령에 막혀 시장에 내놓기 어려웠던 신기술과 서비스를 미리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특례 사업자는 최장 4년간 실증 기회를 얻는다.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법령 정비를 거쳐 정식 서비스로 이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야간 산불 진화 드론이다. 산불 진화의 핵심 수단인 헬기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는 비행이 제한돼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드론 역시 물체 투하와 야간 비행, 조종사 시야를 벗어난 비행, 여러 대를 동시에 띄우는 군집운용 등이 안전 문제로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왔다.
이번 특례로 야간·비가시권 산불 진화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야간 산불 현장에 물주머니를 단 드론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산불 확산을 막는 것은 물론 헬기 중심의 진화 체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고속도로 공사장에는 자율 이동형 신호수 로봇이 들어간다. 그동안 안전순찰인력은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전 직접 차로에 들어가 수신호로 사고를 막아야 해 위험이 컸다. 국토부는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이동형 신호수 로봇을 사람 대신 공사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령 특례를 부여했다.
신호수 로봇이 상용화되면 인명사고를 줄이고 고위험 작업을 대체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사람이 하기 위험한 일을 로봇이 맡는다는 점에서 로봇 기업이 공공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건설현장에서는 민관 협력체계가 닻을 올렸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지난 20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건설로보틱스 혁신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피지컬 AI 기반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밝혔다.
포럼은 건설로봇 기술개발 성과가 실제 현장 활용으로 이어지도록 민·관·산·학·연 협력체계를 꾸리기 위해 출범했다. 정책·제도, 기술·안전, 산업·데이터 등 3개 분과로 구성돼 건설로봇의 안전한 현장 도입과 상용화 촉진을 위한 과제를 발굴한다.
김 차관은 건설현장의 건설로봇 지원 사업을 정부 최초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건설로봇 산업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하고 계약·운영·관리 과정의 애로사항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치안 분야에서도 로봇이 현장 평가대에 오른다. 경찰청(청장 직무대행 김종철)과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2026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지난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국내외 245개 기업이 880여 개 부스에서 AI 영상분석 시스템과 자율주행 순찰로봇, 치안 드론, 사이버보안 기술 등을 선보인다.
올해 전시회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정보보호, AI 스타트업을 핵심 분야로 내세웠다. 31개국 해외 바이어 82명이 참여하는 수출상담회와 공공기관 구매상담회, 국민안전산업펀드 투자상담회도 함께 열린다.
특히 AI 순찰로봇 품평회에서는 현장 경찰관들이 순찰로봇의 성능과 안전성, 사용 편의성을 직접 평가한다. 경찰청은 현장의 요구를 기업 기술개발에 반영하고 우수한 제품이 경찰 업무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전통 산업의 현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메트로폴리스 로보틱스(Metropolis Robotics)는 자사의 실물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 스카이(SKYE)가 미국 엘리베이터 업계 전시회 NAEC 2026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스카이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서 애덤스 엘리베이터(Adams Elevator) 부스에 등장해 관람객을 맞았다. 애덤스 엘리베이터 브랜드가 들어간 구급상자를 들고 전시장 통로를 걸으며 관람객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몰리 크루즈(Molly Cruz) 애덤스 엘리베이터 영업·프로세스 총괄 매니저는 “사람들이 스카이를 만나려고 줄을 섰고 사진을 찍은 뒤 동료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며 “NAEC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부스였다”고 말했다.
스카이는 앞서 미국 레스토랑협회 박람회와 위스콘신 주 박람회에도 나섰다. NAEC 일주일 뒤에는 코그니전트(Cognizant)와 함께 포춘 500대 제약기업의 사내 타운홀 행사 무대에 올랐고, 다음 달 12일에는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제조 AI 행사에서 시연할 예정이다.
네 자료를 겹쳐 보면 로봇 사업화의 길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실증 무대를 열고, 현장 사용자가 직접 성능을 평가하고, 그 자리에 구매·투자 상담이 바로 붙는 구조다. 공공 수요가 로봇 스타트업의 첫 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사례는 또 다른 경로를 보여 준다. 메트로폴리스 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를 공장이나 건설현장에 바로 투입하기보다 행사와 전시 현장에 보내 고객을 끌어모으는 서비스로 먼저 사업을 만들고 있다. 기술이 무르익기 전에도 고객 접점을 넓히며 수요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과제도 남아 있다. 규제특례는 최장 4년의 시험 기간인 만큼 그 안에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고 법령 정비까지 이어져야 정식 시장이 열린다. 건설로봇 역시 계약·운영·관리 과정의 제도적 걸림돌을 넘어야 현장 확산이 가능하다.
국토부 박준형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실증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검증된 기술은 신속히 제도권에 정착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증 무대에서 쌓은 성과가 실제 구매와 정식 서비스로 이어질지가 로봇 스타트업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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