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만 납품할 수 있는 공공 CCTV 시장에 대기업 통신사들이 임대 방식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공구매 가이드라인이 그 근거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임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은 각 지자체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23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KT와 CCTV 공급 협약을 맺은 지자체는 6개 시·도 14개 시·군·구에 이른다.
경기 하남시, 전북 김제시·부안군의 KT 계약과 광주광역시의 LG유플러스 계약을 합치면 4곳의 계약 규모만 700억 원대다. 계약기간은 7~10년이다.
판로지원법에 따라 CCTV 카메라와 영상감시장치, 설치용 금속기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공공기관은 중소기업끼리 경쟁입찰을 거쳐 사야 한다. 법제처도 다른 물품과 묶어 사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품을 나눠 발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KT는 카메라와 기둥, 통신회선, 유지관리를 묶은 결합·임대상품을 지자체에 공급하고 있다. 김제시는 KT와 10년짜리 협약을 맺으면서 입찰공고를 내지 않았고, 계약금액과 협약서는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임대 방식 공급의 근거가 된 것은 중기부의 공공구매제도 실무가이드였다. 가이드에는 경쟁제품 임대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실렸다.
중기부는 이 문구가 정수기 임대 사례를 잘못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실이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중기부는 2022년 11월과 2025년 11월 CCTV 임대가 경쟁제품에 해당하는지 묻는 민원에 두 차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달 임 의원에게 낸 답변서에서는 임대·리스 계약에도 판로지원법이 적용될 수 있고 대기업 통신사는 원칙적으로 CCTV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KT와 협약한 14개 시·군·구 가운데 8곳은 2025년 6월 이후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중기부는 임대·결합 방식의 경쟁제품 공급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 임대·서비스 계약은 물품 구매실적에도 잡히지 않아 공급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대기업의 CCTV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 13개 시·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에스원과 CCTV 계약을 맺은 학교는 2600곳이 넘는다. 전국 학교 1만 2260곳의 약 21%다.
계약을 바로잡을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기부는 판로지원법 위반만으로 대기업을 제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고, 행정안전부도 계약 해지에는 별도 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남시와 KT의 계약은 2034년까지 이어진다.
임 의원은 “임대라고 부르고, 회선과 묶고, MOU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이 중소기업 시장은 통계 밖에서 잠식되고 있었다”며 “연간 4200억 원 규모의 CCTV 공공시장에서 중소기업 2714곳이 대기업 협력사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기부는 가이드라인과 민원 답변부터 바로잡고, 609개 경쟁제품 전체의 임대·결합·MOU 계약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위반 계약을 시정할 수 있도록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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